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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되게 하려면, ‘00님’ 아닌 ‘대표님’으로

이상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5-05-29 10:55 조회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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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즘 스타트업들은 수평문화를 강조하면서 호칭을 영어 닉네임이나 ‘00님’으로 통일하는 경우가 많다. 스타트업뿐 아니라 새로 생긴 회사들, 특히 젊은 창업자들이 이끄는 조직에서는 거의 기본처럼 보인다.

 

2. 이런 흐름은 제법 오래된 것이다. 내가 마케팅 회사를 창업하던 98년에도 호칭을 영문 닉네임으로 정했는데, 그 당시엔 꽤 참신한 조직 문화로 주목받았다. 그게 벌써 30년 전 일이니, 이제는 수평문화가 일반적인 조직 운영 방식으로 자리잡았다고 할 수 있다.

 

3. 하지만 이렇게 보편화되면서, 수평 문화의 부작용도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4. 애초에 수평문화를 도입하는 이유는 위계보다는 협업 중심의 문화를 만들자는 데 있다. 나이나 직급에 따른 상명하복이 아니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더 나은 방법을 찾아 실행하자는 취지다.

 

5. 협업은 한 팀의 선수들이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다. 기본적으로 팀이 세팅된 상황에서 팀플레이를 잘 하기 위한 방식이다.

 

6. 하지만 팀이 아직 세팅되지 않은 조직, 해야 할 일도 명확하지 않고 사업 모델 자체를 만들어가는 단계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 시기에는 오너 중심으로 신속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할 때가 많다.

 

7. 역할도, 책임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토론만 계속 하게 되면 방향을 잃고 헤매기 쉽다.

 

8. 실제로 창업 초기의 작은 조직은 팀 플레이를 하기엔 구조적으로 준비가 덜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오너 중심으로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시기다.

 

9. 이 시기에는 ‘지양해야 할 위계’ 자체가 없다. 오히려 명확한 위계를 일부러라도 세워야 할 때다. 사장도 초보자고, 직원도 초보자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누가 결정을 내릴지조차 불분명한 경우도 많다.

 

10. 이런 상황에서는 목소리 큰 사람의 의견이 중요한 의사결정으로 채택되기도 하고, 책임 소재도 모호해 진다. 

 

11. 대표가 결정을 내려도, 협업과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강조했다는 이유로 직원이 납득되지 않으면 실행을 미루게 된다.

 

12. 심지어 일을 맡기려면 직원이 납득할 때까지 설득을 해야 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일을 시키는 게 아니라, 일을 부탁하게 되는 구조다.

 

13. 이렇게 되면 창업 초기의 민첩한 세팅은 불가능해진다. 그런데 채용할 때 수평문화를 강조해 놓았기 때문에 대표 역시 강하게 밀어붙이기도 어렵다.

 

14. 게다가 사업 모델도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에, 대표 스스로도 확신이 부족하니 설득은 더 어려워진다. 이래저래 직원 눈치만 보다보면, 일은 제대로 되지 않고, 시간은 흐르고, 월급날은 어김없이 다가온다.

 

15.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대표가 조직을 제대로 통솔하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수평문화라는 이름 아래 스스로 만든 굴레이기도 하다.

 

16. 그래서 코칭을 할 때 권하는 첫 번째 처방 중 하나가 ‘호칭부터 정리하라’는 것이다. 직원들끼리는 00님이라고 불러도 괜찮다. 아직은 직원 사이에는 위계가 필요없는 단계이므로. 

 

17. 하지만, 대표는 반드시 ‘대표님’이라고 부르게 해야 한다. 나이도 비슷하거나 어린데, 호칭까지 ‘00님’으로 부르다 보면, 누가 대표인지 모호해지기 쉽다. 꼭 필요한 지시사항도 납득되지 않으면 실행을 주저하게 되고, 불필요한 설득에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도 생긴다.

 

18. 또한 오너도 자신이 최종 의사결정자라는 사실을 잊게 되고, 토론과 설득 과정이 반복되면, 자기 주장이 강한 직원이 책임도 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게 되기도 한다.

 

19. 하지만 어떤 직원도 최종 책임을 질 수는 없다. 최종 책임은 무조건 오너인 대표가 져야 한다. 그런데 호칭이 헷갈리면 그 책임감이 흐려질 수도 있다.

 

20. 유행이라는 이유로 우리 조직에 맞지 않는 문화를 무턱대고 따르지 말자. 조직 문화는 결국 내 수준과 우리 상황에 맞는 것이어야 한다.

 

21. 지금 직원들이 장악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 우선 호칭부터 점검해봐야 한다. 위계가 너무 강할 때 수평문화가 필요한 것이지. 위계도 없는데 수평문화를 강조하면, 조직은 뿌리도 내리기 전에 흔들리게 된다.

 

22. 직원들은 ‘대표님’이라고 부르고, 대표는 직원을 ‘김00님’ 처럼 성을 붙여 존중감을 표현하는 것이 좋다. 친근감을 위한 반말은 지양하고, 항상 존대말로 대화하는 태도도 중요하다.

 

23. 이렇게 기본적인 틀부터 다시 정비해보자. 조직이 성장하고 협업이 중심이 되는 단계가 오면, 그때 가서 문화를 다시 조정해도 늦지 않다. 지금은 내 조직의 현재 수준에 맞는 방식으로 시작하는 것이 먼저다.

 

(written by 작마클 이상훈)

 

#내사업은내가통제한다

#작은마케팅 #창업가의습관 #작마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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