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창업자들과 상담하다보면 '출시', '론칭' 이란 단어를 자주 듣게 됩니다.
'제품이 완성되었으니, 다음 달에 출시하려고 합니다.'
'웹 사이트 수정이 끝나서 다음 주에 론칭하려고 합니다.'
'출시 일정에 맞춰 홍보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
'출시 일정이 계속 늦춰져서 힘듭니다.'
우리가 살면서 늘 접한 용어이기에
상품을 만들면 당연히 출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업은 거기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2.
애플이 얼마전 iOS14를 출시할 때,
그 베타버전은 이미 1년 전 쯤 오픈되어 수많은 사용자들로부터 테스트를 거쳤습니다.
1년 동안, 고객과의 시운전을 거친 후 정식 버전을 출시한 것입니다.
농심 같은 대기업도 새로운 라면을 출시하려면
신상품 개발팀에서 상품 개발도 하고,
시식회도 하고, 각종 조사와 검토를 거치고 다듬어서,
양산한 다음 출시합니다.
그리고, 출시일에 맞춰 유통망인 할인점, 편의점 등에 매대, POP 등 제반사항을 준비하고,
광고, 보도 자료, 판촉 행사 등 다양한 프로모션도 함께 준비한 후, 짠! 하고 내놓습니다.
이미 비즈니스가 자리잡힌 대기업도 신상품을 출시할 때는
상품 뿐 아니라 전체 비즈니스 시스템에 관련된 요소들을 모두 세팅한 후에 진행합니다.
관련해서 테스트 마케팅도 다 마친 후겠고요.
이미 갖춰진 비즈니스 시스템에 새로운 상품을 올리는 데에도,
오랜 준비와 시운전을 진행합니다.
하물며 비즈니스를 새로 시작하는 창업 단계의 회사라면
신상품은 물론이고
비즈니스 시스템 자체를 새로 만드는 것인 만큼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기존의 시스템에 새로운 상품을 적용시키는 것과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서 상품을 파는 것은 완전히 다른 과정입니다.
이미 있는 자동차 공장의 조립라인에서 새로운 모델을 적용시키는 작업과,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자동차 공장부터 새로 짓는 일은
근본부터가 다른 일입니다.
3.
사업, 마케팅이란
회사가 고객에게 제공할
'밸류(가치)'를 '상품'으로 패키징하고,
'유통' 채널을 통해 전달하며,
돈이나 행동과 같은 '가격'을 받는 과정을
'기획'하고 운영하면서 '관리'하는 일이며
이런 일이 체계적으로 돌아가게 하는 시스템입니다.
시스템을 설계하고 나면,
만들고, 시운전을 해야 합니다.
상품의 작동만 시험하는 게 아니라,
전체 시스템의 가동 상황을 테스트해야 합니다.
이렇게 전체적인 시스템 돌아가는 것이 문제가 없고,
막힌 것이 없고, 새는 곳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
인력과 자원을 투입하여 라인을 가동시킵니다.
전체 시스템을 설계하고, 세팅하고, 시운전하는 과정 없이
제품만 완성하고서 출시하는 것은 엄청난 시행착오를 자초하는 일입니다.
4.
그래서 ‘출시’나 ‘론칭’이란 단어는
생산 시스템 뿐 아니라, 마케팅 시스템, 수익 시스템까지 포함하는
모든 창업 단계가 완료된 후에나 사용할 수 있는 단어입니다.
게다가, 요즘은 대기업들도,
대대적인 출시, 론칭 이런 건 잘 하질 않습니다.
일단, 1호점을 만들어서 해보고,
반응이 좋으면 다음 지점을 개설하고,
반응이 좋지 않으면 슬그머니 사업을 접어버립니다.
워낙 변화가 무쌍하고,
변수가 많은 세상이어서,
언제 상황이 바뀔지 모르기에
대기업들도 이렇게 바뀌고 있습니다.
수로로 따진다면,
댐의 수문을 확 여는 시기는 수로의 모든 공사가 끝난 다음입니다.
수로의 각 단계에 막힌 곳이 없는지를 확인한 이후입니다.
그러고 나서 댐의 수문을 여는 것도
한번에 확 열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수로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수량을 조금씩 증가시켜 갑니다.
론칭, 발사란
로켓트 발사장이 다 완공된 후, 할 수 있는 것이지,
로켓트만 만들었다고 바로 발사할 수 있는게 아닙니다.
로켓트 생산이 생산 시스템이라면,
로켓트 발사장은 마케팅(고객) 시스템에 해당합니다.
생산 시스템 뿐 아니라, 마케팅 시스템이 함께 완성이 되어야 발사가 가능합니다.
이처럼 창업이란, 상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