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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은 접시 돌리기, 에이전트는 막대기다

2026-10-20

1. 경영은 접시 돌리기와 같다는 얘기가 있다. 조직을 경영한다는 것은 내가 할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겨 더 많은 일을 처리하는 것이다.

2. 어떤 일을 시킬 때 가장 단순한 방법은 해야 할 일을 잘 설명하고 실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일이 오래 걸린다면 일단 맡겨놓고 내 일을 하면 되지만, 금방 끝나는 일이라면 일을 시키다가 세월이 다 간다.

3. 신입사원을 배정받으면 싫어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시킬 수 있는 일이 단순한 일밖에 없어 심부름을 보내면 금방 하고 돌아오고, 또 다른 일을 줘야 한다. 일을 맡기는 데 걸리는 시간이 더 많아 그냥 내가 하는 게 빠른 경우도 많다.

4. 좀 더 효율적으로 일을 시키는 방법은 루틴을 만들어 맡기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매주 주간회의 전에는 자료를 복사해서 준비하도록 정해두면, 매번 따로 일을 시킬 필요가 없다.

5. 처음에는 단순한 루틴으로 시작하지만, 점점 익숙해지면 정해진 루틴에 따라 일을 해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그리고 그 주기가 길어질수록 점점 내 시간을 덜어주게 된다.

6. 처음에는 매일 할 일을 주다가, 주간 단위로 할 일을 주고, 월간 단위로 할 일을 주면 각각의 사이클에 따라 정해진 시간에 업무 결과를 가지고 오게 된다.

7. 한 사람이 한 번에 챙길 수 있는 업무 덩어리에는 한계가 있다. 머릿속에 넣어둘 수 있는 업무 덩어리도 한계가 있다. 10가지 일을 계속 챙길 수 있는 사람도 그 일이 100개가 되면 동시에 챙길 수 없다.

8. 100개의 일을 동시에 챙기는 방법은 10개씩 나눠 다른 사람에게 맡긴 후, 그 일을 맡은 사람 10명을 챙기는 것이다.

9. 그런데 1,000개의 일을 챙겨야 할 경우에는 10개씩 나누더라도 100명을 챙겨야 한다. 이때 조직 피라미드가 생긴다. 그 100명을 다시 10명씩 나눠서 챙기도록 하고, 그 상위 10명을 내가 챙기게 된다.

10. 그러면 일은 1,000개인데, 그 일을 직접 챙기지 않고 관리만 하는 10명이 추가로 필요해진다. 사람이 가진 기억과 처리 용량의 한계 때문이다.

11. 그런데 이 챙기는 일을 AI 에이전트에게 맡기면 용량의 한계가 달라진다. 하나의 에이전트가 10개만 챙길 수 있는 게 아니라 50개, 100개의 일을 관리하도록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12. 필자는 에이전트를 5명 정도 돌리고 있는데, 그동안은 1인기업이라 혼자서 모두 챙기다 보니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의 한계가 늘 있었다. 해야 할 일이 있는데도 그냥 메모만 해놓고 시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13. 처음에는 일을 하나씩 에이전트에게 맡겼다. 주로 개발 업무를 맡겼다. 그런데 해내는 일은 많아지는데 내 일이 줄어들지는 않았다.

14. 그전에는 못 하던 일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오히려 더 바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하던 일, 내가 챙기던 일을 하나씩 맡기기 시작하자 점점 여유가 생겼다.

15. 매달 시작하는 마케팅학교의 개강 프로세스와 졸업 프로세스, 랜딩페이지와 프라임 구독 등 주기적으로 갱신되는 상품들을 챙기느라 캘린더에는 늘 할 일이 빡빡했고, 하나라도 놓칠까 노심초사했다.

16. 그런데 이제는 그 프로세스를 모두 에이전트에게 넘겨주고, 매일 아침 출첵 명령만 하면 내가 챙겨야 할 일을 순서대로 알려준다.

17. 그전에는 노션에 적어놓았던 프로세스를 찾아가며 하느라 왔다 갔다 정신이 없었는데, 지금은 클로드 앱만 띄워놓고 보여주는 항목들을 복붙하면서 일을 처리하고 있다.

18. AI에게 일을 시켰을 때는 내가 할 수 있는 업무의 영역이 넓어졌다. 하지만 에이전트라는 막대기에 접시 돌리기를 맡기니, 비로소 내가 쓸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written by 작마클 이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