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창업을 하고 고객이 늘고 일이 늘어나기 시작하면, 창업자 혼자 힘으로 사업을 끌고 가기 어려우니 생산 시스템 구축이 필요해진다. 생산 시스템이란 간단히 말하면 내가 할 일을 사람이나 기계에게 맡기는 일이다.
2. 시스템 관점에서 회사 일을 들여다보면 크게 네 가지 형태의 업무가 있다. 시스템을 운영하는 업무, 문제가 발생할 때 해결하는 일, 기존의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일, 마지막으로 새로운 시스템을 세팅하는 일이다.
3. 운영, 문제해결, 개선, 세팅의 네 가지 업무 중에서 운영과 일상적인 문제해결은 매일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므로 루틴화해서 맡기면 된다. 그런데 개선과 세팅은 매일 일어나기보다는 필요한 시점에 발생하고, 그 작업이 끝나면 다시 소강 상태가 된다.
4. 창업자들이 직원을 채용할 때, 원래는 늘 일어나는 운영 인력을 채용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다. 일상 업무에서 대표가 빠져나와야 회사 시스템 세팅에 더 집중할 수 있고, 그 단계가 지나면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를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5. 그런데 사람을 채용하다 보면 자꾸 욕심이 생긴다. 처음에는 현재 업무를 잘 진행할 운영 인력이 필요해서 공고를 냈는데, 경력이 화려하고, 우리 회사보다 큰 조직에 있던 사람이 와서 이런저런 역량을 뽐내면, 저 사람이 들어오면 회사를 한 단계 끌어올려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긴다.
6. 하지만 그런 인재는 연봉이 높다. 지금 필요한 건 1~3년차의 운영인력인데, 5~10년차 경력직이 들어오면 운영을 하면서 시스템을 개선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약간 무리를 해서라도 채용을 강행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7. 마치 소나타를 사러 들어가서 그랜저를 사게 되는 경우와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이것저것 옵션을 붙이다 보니, 그랜저 기본 사양과 가격이 비슷해지고, 결국 그랜저를 질러버리는 경우다.
8. 운영과 일상적인 문제해결은 상설 업무이므로 정규 직원이 수행하는 것이 맞다. 다만 이미 정해진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라 탁월한 역량이 필요한 일은 아니어서, 사원이나 대리 정도면 충분하고 요구되는 연봉도 그리 높지 않다.
9. 반면 개선과 세팅은 시스템 전체를 보는 눈이 필요하고 다양한 경험이 요구된다. 업무 프로세스를 보고 개선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므로 과부장급이나 임원급은 되어야 하고, 그만큼 연봉이 높다. 또는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컨설턴트가 수행하는 업무다.
10. 그리고 개선과 세팅은 상시 업무이기보다는 특정한 기간에 수행하므로, 프로젝트성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 년 내내 개선이나 세팅 업무만 하는 사람이 상주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대기업들도 이런 업무는 프로젝트로 진행한다.
11. 그런데 앞서 예로 든 케이스로 채용이 진행되다 보면, 프로젝트로 채용해야 할 인력을 상주 인력으로 채용하게 된다. 그리고 그 일만 시킬 수는 없으니, 운영 업무를 그 인력에게 맡기게 된다.
12. 마치 고가의 컨설턴트에게 CS 전화응대를 시키는 것과 비슷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시급 50만 원짜리 인력에게 시급 1만 원짜리 업무를 시키면, 그 낭비되는 비용이 어마어마해진다.
13. 따라서 이런 비효율과 낭비를 막으려면, 생산 시스템을 구축할 때 내게 필요한 업무가 무엇인지 명확히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딱 그 업무에 필요한 인력을 채용하는 것이 좋다. 미래를 위해 더 나은 인력을 채용하는 것은, 자금에 여유가 있을 때나 할 수 있는 일이다.
14. 그리고 개선이나 세팅 업무가 필요한데 내가 직접 할 수 없다면, 적절한 인력을 짧은 기간 활용해서 필요한 결과를 얻어내면 된다.
15. 이를 기계에게 시킬 때도 마찬가지다.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려 한다면, 운영과 일상적인 문제해결은 에이전트를 활용하고, 개선과 세팅은 채팅을 통해 필요한 답을 얻어 내가 실행하면 된다.
16. 에이전트는 주어진 일을 루틴하게 수행하는 데 유용하고, 채팅은 내 역량을 넘어서는 일의 방법이나 전략을 세우고, 실행 과정에서 필요한 지원을 받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written by 작마클 이상훈)